에티오피아 테와히도 정교회의 역사 소개
에티오피아 테와히도 정교회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기독교 교회 중 하나로, 그 뿌리는 4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전승에 따르면, 기원전 10세기 시바 여왕이 솔로몬 왕을 방문한 후 아들 메넬리크 1세가 이집트로 언약궤를 가져왔다는 신화적 기원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역사적 기록상 기독교는 330년경 악숨 왕국에서 에자나 왕이 시리아 출신 선교사 프루멘티우스의 영향을 받아 기독교를 국교로 선언하면서 본격적으로 전파되었습니다. 이는 사도행전 8장에 등장하는 에티오피아 내시가 필리포스에게 세례받았다는 전승과도 연결됩니다.
에티오피아 테와히도 정교회는 451년 칼케돈 공의회에서 예수의 본성에 대한 논쟁(합성론, 즉 예수의 신성과 인성이 하나의 본성으로 통합되었다는 입장)으로 인해 동방 정교회와 분리된 비칼케돈파(오리엔트 정교회)에 속합니다. 1959년까지 콥트 정교회의 일부였으나, 이후 독립 교파로 인정받았습니다. 현재 약 4,500만~5,000만 명의 신도를 보유하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식민지 이전부터 존재한 유일한 기독교 교파로, 세계에서 가장 큰 비칼케돈 교회입니다.
이 교회는 고대 기독교의 전통을 보존하며, 수도원 제도와 교회학교가 발달해 있습니다. 수도 아디스아바바와 하레르에 신학교가 있으며, 금식 관습(수요일과 금요일 금육재)과 독특한 그으즈력(서양력보다 7~8년 뒤짐)을 사용합니다. 또한, 16세기 포르투갈 가톨릭 선교사들과의 충돌, 18세기 '판관 시대'의 혼란, 19세기 테워드로스 2세의 근대화 시도를 거치며 역사적 굴곡을 겪었습니다.
에녹서의 주요 내용 소개
에녹서는 기원전 3세기에서 기원전 1세기 사이, 하스몬 왕조 시기에 유대 공동체에서 형성된 문헌으로, 총 108장으로 구성된 5권의 선집입니다. 에티오피아 테와히도 정교회에서 정경으로 인정되며, 창세기의 에녹(노아의 조상으로, 죽지 않고 하늘로 올라갔다고 전해짐)이 환상을 보고 기록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1권 (1~36장, "감시자의 책"): 타락천사(감시자)가 인간 여자와 결혼해 거인(네피림)을 낳고, 이로 인해 지상에 죄악이 만연하자 하나님이 대홍수를 일으켜 심판한다는 내용입니다.
- 2권 (37~71장, "비유의 책"): 에녹이 본 환상과 하나님의 심판을 비유적으로 설명하며, 선택받은 자와 메시아의 도래를 예언합니다.
- 3권 (72~82장, "천체의 책"): 천문학적 지식(태양, 달, 별의 운행)을 다루며, 당시 유대인의 우주관을 보여줍니다.
- 4권 (83~90장, "꿈의 책"): 에녹의 꿈을 통해 유대 역사와 미래의 심판을 상징적으로 묘사합니다. 동물 비유(양, 소 등)를 사용해 이스라엘과 이방인을 표현합니다.
- 5권 (91~108장, "에녹 서신"): 의인과 악인의 운명, 최후의 심판,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한 예언을 담고 있습니다.
에녹서가 정경으로 채택되지 않은 이유 분석
에녹서는 초대교회에서 널리 읽혔으나, 대부분의 기독교 교파에서 정경으로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신학적 논쟁 (타락천사 문제): 에녹서의 핵심 주제인 천사들의 타락과 인간과의 결합(창세기 6장의 "하나님의 아들들" 해석)은 유대교와 기독교 주류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신학적 문제였습니다. 유대교는 타나크에서 이를 배제했고, 기독교도 천사와 인간의 결합을 비성경적이라 여겼습니다.
- 저작 시기와 권위 부족: 에녹서는 기원전 3세기~기원전 1세기에 작성된 것으로, 모세오경(기원전 15세기경)보다 훨씬 늦게 형성되었습니다. 유대교는 기원후 90년 얌니야 종교회의에서 구약 정경을 확정하며 에녹서를 제외했고, 기독교도 기원후 397년 카르타고 종교회의에서 신약 정경을 확정하면서 이를 따랐습니다. 에녹서의 저자가 에녹 본인이 아닌 후대 유대인이라는 점에서 권위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 정경화 기준 미달: 정경 선정 기준은 하나님의 계시로서 공동체에서 일관되게 받아들여졌는지 여부였습니다. 에녹서는 초대교회에서 인용(유다서 1:14~15)되었으나, 신약 저자들이 이를 권위 있는 경전으로 인정한 증거는 부족합니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이라는 주제와의 연속성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배제되었습니다.
- 지역적 한계: 에녹서는 에티오피아 테와히도 정교회와 일부 유대 공동체(베타 이스라엘)에서만 정경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유럽 중심의 기독교는 에티오피아어 사본 외에 그리스어, 라틴어 사본이 부족해 이를 신뢰하지 않았고, 문화적·지리적 격차로 인해 주류 교회에서 소외되었습니다.
에녹서의 의의
에녹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중요한 가치를 지닙니다:
- 초대교회와 유대교 이해: 에녹서는 기원전 3세기~기원후 1세기 유대교와 초기 기독교의 신학적 사상을 보여줍니다. 특히 묵시문학으로서 종말론, 천사론, 심판 사상이 신약(유다서, 베드로후서)과 연결되며, 당시 종교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입니다.
- 문화적 보존: 에티오피아 테와히도 정교회가 에녹서를 정경으로 인정함으로써 고대 기독교의 원형을 간직한 "화석 같은 종파"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이는 초대교회 연구와 고대 문헌 보존에 기여합니다.
- 천문학적 지식: 에녹서의 "천체의 책"은 당시 유대인의 우주관과 천문학적 이해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고대 과학사 연구에 활용됩니다.
- 문학적·종교적 영향: 에녹서는 후대 문학(예: 게임 엘 샤다이)과 종교적 상상력에 영향을 미쳤으며, 타락천사와 메시아 사상은 기독교 신학의 일부 주제(악의 기원, 종말론) 형성에 간접적 영향을 주었습니다.
마무리
에티오피아 테와히도 정교회는 4세기부터 이어진 독특한 기독교 전통을 유지하며, 에녹서를 정경으로 포함해 초기 기독교의 면모를 보존해왔습니다. 에녹서는 천사, 종말, 천문학적 주제를 다루며 당시 유대교와 기독교의 사상을 반영하지만, 신학적 논쟁, 저작 시기, 권위 부족, 지역적 한계로 인해 주류 정경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녹서는 고대 종교 사상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오늘날 학문적·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